날글 : 자유로운 글쓰기
article thumbnail




500일의 썸머 (2010)

(500) Days of Summer 
7.8
감독
마크 웹
출연
조셉 고든-레빗, 조이 데이셔넬, 패트리샤 벨처, 레이첼 보스톤, 이베트 니콜 브라운
정보
로맨스/멜로, 코미디 | 미국 | 95 분 | 2010-01-21
글쓴이 평점  


500일의 썸머를 보고 비틀즈의 Yesterday가 생각나서 붙여봤습니다. 가사랑 딱 맞아 떨어지는 것 같네요.^^ 

♬ 왜 그녀가 떠났는지 모르겠어. 그녀가 말을 안 해줘서.. 


처음 이 영화를 볼 때 주인공 썸머(조이 데이셔넬)의 만행을 보고 부들부들했지만 여러번 보니까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됩니다. 탐(죠셉 고든)은 여자에게 사랑을 강요했고 자기 환상에 맞게 관계를 설계하려고 했죠. 이 여자는 정말 특별하고, 운명이라고 자기 최면에 빠집니다. 여기에 쿨한 썸머가 장단을 맞춰주니까 진짜 운명인줄 알고 더 깊은 착각의 늪으로 빠져듭니다. 썸머가 아무에게도 말한 적 없는 이야기를 털어놓았을 때도(그녀는 탐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서 말한 것 같진 않습니다), 욕조에서 섹스했을 때도, 첫 만남에서 같은 노래를 좋아한다는 걸 알았을 때도 탐 혼자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탐은 상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얼마나 마음을 열었는지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결국 자기 생각과 감정을 밀어붙이다가 썸머에게 차여버립니다. 마치 한 순간도 사랑한 적 없었다는 듯이 잔인하게 차이죠. 더 슬픈 건 그 후에도 운명이라 믿으며 썸머가 다시 돌아올거라고 생각했다는 겁니다. 그러나 다시 만난 썸머는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을 약속한 상태였습니다. 헤어진지 몇 달 안 됐는데 다른 사람과 결혼을 약속하다니... 이때 영화를 보던 저를 포함한 많은 남자들이 피가 거꾸로 솟는 경험을 했을 겁니다.




'우리 모두는 썸머를 사귄 적이 있다'는 카피는 누구나 썸머같은 어장관리녀를 만난적 있다는 뜻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허깨비를 쫓다가 차였다는 걸 뜻한다고 생각합니다. 탐이 사랑한 건 썸머가 아니라 로맨틱한 영화와 노래가 줬던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이미지였습니다. 그걸 그냥 썸머에게 덮어 씌운거죠. 조심스럽고 상처주기 싫어하는 여자였으면 이런 만남을 시작하지도 않았을 텐데, 썸머같이 쿨한 여자는 자기 좋다니까 어디 한 번 만나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거죠. 물론 탐이 더 좋아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겠지만, 만나다 보니 탐이 자꾸 자신을 압박하고 강요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결과적으로 탐에게 사랑을 느끼지 못했고, 사랑했던 게 아니니까 아무렇지 않게 친구로 지내자고 한 겁니다.(아무렇지 않게 이별을 통보하는 건 좀 심하긴 했다)



영화 결말에서 탐은 '운명같은 건 없다'고 거의 확신을 합니다. 즉, '운명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로 처음 태도와 많이 달라졌죠. 아마 탐은 결말에서 만난 아래의 여자를 조심스럽게 알아가려고 할 것입니다. 당신과 나의 관계가 연인 사이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음악 취향이 같은 줄 알았는데 왜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링고스타를 좋아 하더라도 인정해 줄 수 있는 가벼운 마음으로 말이죠.





<500일의 썸머 ost - sweet disposition>

반응형